편향 루뻬 'ERGO'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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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댓글 1건 조회 1,211회 작성일 21-08-0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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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보기 어려운 모습이지만 지금으로부터 적어도 삼십 년 이전에는 치과를 가보면 

나이 지긋하신 의사선생님이 흰 가운을 입고 머리에 반사경을 쓰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노안 때문에 머리에 돋보기안경을 걸치고 치료하실 때마다 썼다 벗었다 하시는 모습도 

이제와 생각해보면 한편 안쓰럽고 또 한편으로는 정겨운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누진렌즈가 발달되면서 점점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 되었다.


나 역시 노안의 진행으로 인해 거의 일 년에 한 번씩은 진료실에서 착용하는 안경의 렌즈를 잘 보이도록 교환하고, 

루뻬(루뻬란 확대율 3.2~4.5배, 작업 거리가 10~20인치인 확대 안경으로 외과적 수술이나 

정밀한 치료를 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를 말한다.)의 기본 안경렌즈도 주기적으로 교환하며, 

시력으로 인해 시술의 정교함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한다.


지난 6월 학회 기자재 전시장을 돌다가 

언젠가 인터넷에서 얼핏 보고 지나쳐버린 조금은 다른 형태의 루뻬를 유심히 보게 되었다. 

배율이나 초점은 선택의 문제이니 그렇다고 치고, 

이 루뻬는 늘 고개를 숙이고 진료를 해야 하는 치과의사가 똑바로 앞을 보고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제작이 되어있었다. 

게다가 한가운데 무선으로 작동하는 라이트를 간단히 탈부착 할 수 있어서 

시술 부위를 크고 밝게 볼 수 있으면서 의외로 생각보다 무게도 가벼웠다. 

한 시간을 넘게 그 물건을 살펴보고 직접 끼고 시험을 해보기도 하다가 

결국 거금을 들여 루뻬와 라이트 세트를 구입하기로 계약했다.

 

사용해본 분들은 다들 그렇겠지만 일단 루뻬를 끼고 진료를 하다보면 

육안으로 치료할 때와는 또 다른 세상이 보이고 세심하게 치료를 할 수가 있어서 루뻬 사용의 신봉자가 되어버린다. 

지난 십수년을 ZEISS 사에서 제작한 2.5배율의 루뻬를 사용해왔다. 

사용해오던 루뻬는 루뻬를 위로 올리면 안경으로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꽤나 무거워서 위로 머리끈을 조여야 하고 장시간 사용하면 은근히 목에 압박감이 느껴지는 단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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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주문한 것은 이스라엘 ADMETEC사의 편향루페 ‘Er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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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면 제작해서 들어오는 기간이 삼사주일이 걸린다고 했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몇 주 더 오래 기다려서 받아보게 되었다.

처음 이 친구와 만나 적응하느라 어색했던 하루 이틀이 지나, 

지금은 검진부터 수술까지 이것이 없으면 안될 정도로 거의 하루 종일을 끼고 진료를 한다. 

거기에 ‘버터플라이’라는 소위 초경량 무선 LED 라이트를 장착하니 

치료하는 부위에 시선을 어디에 두어도 구석구석 환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각설하고, 서두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누군가 내게 루뻬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나는 주저 없이 내가 구입한 이 루뻬, 혹은 

이런 메카니즘을 가진 루뻬를 사용하라고 강력히 권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이것이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세트의 가격이 생각보다 많이 고가여서 

막상 구입을 결정하기까지 많이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 단점이라면 가장 큰 단점이다



사용기


고개를 들어 시선은 정면을 응시하면서 환자의 입안을 보고 치료를 하는 것이 처음에는 너무나도 어색했다. 

마치 VR 헤드셋을 쓰고 게임을 하는 것과 유사한 느낌이랄까. 

정면을 응시하면 55도 각도의 아래 부분이 보이게 설계가 되었으니, 

시술하는 손과 시술 부위는 아래에 있는데 나는 똑바로 전방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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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루뻬를 착용하고 진료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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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GO루뻬를 착용하고 진료하는 자세)


처음에는 나도 그렇고 옆에서 어시스트를 하는 직원도 많이 어색해 했다.

환자에게 거울로 구강 상태를 보여주며 설명을 할 때에도 

나의 얼굴은 이야기를 듣는 환자의 시선과 동떨어진 정면을 응시하면서 말을 하고 있으니, 

아마도 설명을 듣고 있는 환자 역시 매우 어색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 하루만에 그런 생소함과 어색함이 사라져버렸다.

차량에 장착된 HUD에 익숙해지면 고개를 숙여 계기판을 보게 되지 않는 그런 느낌이다.

 

며칠 동안 나는 진료를 하면서 거의 한 번도 고개를 숙인 적이 없다.

그저 평소에 똑바로 앉아서 전방을 주시하는 일관된 자세로 앉아, 구석 비춰주는 라이트의 도움을 받으며, 

몇 배나 확대된 구강 상태를 편안하게 보며 치료를 하게 되니 하루 종일 진료를 해도 피로도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루뻬를 끼고 진료를 할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에 더해, 

자세로 인한 치과의사의 고질적인 목이나 허리 통증과 디스크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뻬 회사와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구매자로서 

기구에 대한 기분 좋은 사용기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간단히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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