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공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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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99회 작성일 21-08-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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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전에 우연히 이곳 용인 동백과 인연이 되어 ‘유디’라는 이름으로 치과를 개원하고 

정말 열정적으로 환자를 진료하면서 50대를 보내고, 지난 5월에 그곳을 정리해야만 하는 복잡한 사정이 생겼다. 

짧은 고민 끝에 나는 부랴부랴 멀지 않은 곳에 개원할 장소를 정하고 인테리어를 준비하게 되었다.


이전에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치과를 운영할 때는 여의도 공원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9층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개원할 장소가 2층이고 도로변이어서 유리창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거리가 생겼다.

이곳의 전 주인은 창을 모두 시트처리 해서 밖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건 매우 답답한 느낌이었고, 

그렇다고 창을 그냥 놔두자니 밖에서 너무 훤히 들여다보이기도 하고, 

햇살이 비추게 될 때 커튼을 치지 않으면 무방비가 될 것 같았다.


이 때 제안을 받은 것이 나로서는 처음으로 들어본 ‘타공시트’라는 것이었다. 

창유리를 타공시트로 시공을 하면 안에서는 밖이 시원하게 다 보이고 밖에서는 안이 안보일거라고 하는데, 

듣도 보도 못했으니 정보가 전혀 없던 나에게는 설명은 신기한데 그게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기만 했다.

인테리어 일정을 촉박하게 잡아놓았기에 많이 고민하고 알아볼 여유가 없어서, 

최소한 답답하지는 않기를 바라는 최소한의 기대감을 가지고 타공시트로 시공할 것을 결정했다.

 

병원의 인테리어가 거의 마무리 되어갈 무렵 어느 날 창 시트작업이 끝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음 날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 창을 보니 별다른 작업의 흔적이 없어서 의아했다.

그런데 밖으로 나가 2층 창을 올려다보니 글씨와 로고가 가득한 시트 작업이 되어있었고 안은 전혀 들여다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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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느낌으로 다시 안으로 들어와 밖을 내다보니 맞은 편 아파트와 도로변의 푸르른 나무, 

그리고 저 멀리 산의 풍경이 그대로 한 눈에 들어온다. 

환자들도 췌어에 앉아 밖을 보면서 앞이 탁 트이고 시원하다고 좋아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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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눈을 돌려 세상을 보면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고 배울 것이 너무나도 많은데, 

삶이 바쁘고 새로운 것을 익히는 과정의 복잡함이 싫다는 핑계로 

그저 가지고 있는 것과 누리고 있는 것에만 만족하고 안주하는 것이 아닌지.


삶 속에서 늘 보고 듣고 접하는 것들도 나의 관심사가 아니면 무심코 넘어가게 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느끼고 깨닫고 배울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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