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푸는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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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52회 작성일 21-11-2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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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푸는 순서》

친정에 가면 어머니는 꼭 밥을 먹여 보내려 하셨다.

어머니는 내가 친정에 가면 부엌에도 못들어 오게 하셨고

오남매의 맏이라 그러셨는지 남동생이나 당신 보다 항상 내 밥을 먼저 퍼주셨다.

어느 날 오랜만에 친정에서 밥을 먹으려는데 여느 때처럼

제일 먼저 푼 밥을 내 앞에 놓자 어머니가 "얘 그거 내 밥이다" 하시는 것이었다.

민망한 마음에 "엄마 왠일이유? 늘 내 밥을 먼저 퍼주시더니..." 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게 아니고, 누가 그러더라 밥 푸는 순서대로 죽는다고.

아무래도 내가 먼저 죽어야 안 되겠나."

 

그 뒤로 어머니는 늘 당신 밥부터 푸셨다.

그리고 그 이듬해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어머니 돌아가신 후 그 얘기를 생각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남편과 나, 중에 누구 밥을 먼저 풀 것인가를 많이 생각 했다.

그러다 남편 밥을 먼저 푸기로 했다.

홀아비 삼 년에 이가 서 말이고 과부 삼 년에는 깨가 서 말이라는 옛말도 있듯이

뒷바라지 해주는 아내 없는 남편은 한없이 처량할 것 같아서이다.

더구나 달랑 딸 하나 있는데 딸아이가 친정아버지를 모시려면 무척 힘들 것이다.

만에 하나 남편이 아프면 어찌하겠는가?

더더욱 내가 옆에 있어야 할 것 같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고통스럽더라도 내가 더 오래 살아서

남편을 끝까지 보살펴주고 뒤따라 가는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부터 줄곧 남편 밥을 먼저 푸고 있다.

남편은 물론 모른다.

혹, 알게 되면 남편은 내 밥부터 푸라고 할까?

남편도 내 생각과 같을까?


원하건대 우리 두 사람, 늙도록 의좋게 살다가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나중에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 퍼온글 》



글을 읽으면서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밥상을 대하고 맛난 것이 있으면

먼저 사랑하는 아내에게.. 남편에게.. 자녀에게 건네주고 자신의 입에 넣게 된다.

 

‘밥푸는 순서대로 죽는다...’

설사 그런 말로 인해 다소 거림직한 부분이 있더라도

세상을 떠나는 순서는 아무도 모르는 것.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먼저 손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가 가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읽으면서 남편 밥을 먼저 푸기로 결심한 아내의 마음이

내 가슴에 진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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