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일 수 없는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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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93회 작성일 21-11-2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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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속도는 자신의 나이와 비례한다고 하였던가.

아직은 내 나이가 많다는 실감을 하지 못하고 매일을 활기차게 쉴 시간도 별로 없이 환자를 진료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웃자고 올려진 단톡방의 그림일기를 보고는 잠시 웃음을 짓다가, 

새삼 ‘나 역시 나이를 속일 수 없다’는 것에 공감을 해본다.


무릎에 무리가 가는 것을 피하려고 테니스나 뛰는 것 대신 걷기로 대신한 지가 꽤나 오래전이다.

다음날의 활동을 위해 가능한 빨리 잠자리에 들어 하루 8시간의 수면을 유지하지 않으면 피로가 누적되는 느낌을 느낀지도 오래다.

며칠 운동을 하지 않으면 금방 팔다리가 가늘어지고 배가 나오는 것도, 

이제는 노력하지 않으면 근육량이 급격히 감소할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처럼 운동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운동을 하려면 의지력이 필요하고 걸핏하면 ‘그냥 하루 쉴까’하는 유혹에 시달린다.

지금도 마음은 이삼십대 같은데, 어느 덧 지금은 그 때의 내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버렸다.


‘60세 이상 노령층’ 이라는 말을 뉴스를 통해 자주 듣게 되면서 내가 이미 노령층에 속한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지만, 

내 동기들이 이미 손주들을 보면서 할아버지가 되어있는 것을 보면, 

젊은이들의 눈에 보이는 지금의 나는 내가 젊은 시절에 60대를 보던 느낌과 전혀 다르지 않으리라.


가끔 시간이 되면 퍼블릭 골프장에 조인을 해서 처음 마주치는 분들과 라운드를 하는데, 

70대가 되신 분들과 조인되어 라운드를 할 때면 “아직 젊어서 좋겠다” 는 이야기를 듣는다. 

십 년 전만 해도 그 당시 60이 되신 분을 보면서 내가 그 나이가 되려면 하직 한참의 세월이 남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50초반의 사람 들이 참으로 젊게 보이는 것을 보면 내 몸과 더불어 그들을 보는 눈도 이미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리라. 

돌이켜보면 내가 50 초반의 골퍼와 조인이 되었을 때 나 역시 그들을 보면서 ‘참 좋을 때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요즘 젊은 골퍼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이 나이 많은 어른들을 대하는 마음이 담긴 씁쓸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 클럽하우스 락커룸에 노인 냄새가 난다고 함께 쓰기가 싫다며 

나이층에 따라 락커룸을 분리해주기를 원한다는 이야기였다.

오래전 영종도에 있는 ‘스카이72 골프클럽’ 샤워실을 들어서면서 신선하고 유쾌한 느낌을 받은 기억이 있다. 

‘백돌이 전용’ ‘싱글 전용’ 등 샤워부스마다 유머러스하게 장식된 표시판이었다. 

만일 샤워부스를 나이별로 구분했다면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나이는 속일 수 없는 것이지만 

흘러가는 세월과 늘어가는 나이를 느끼면서 세월의 덧없음을 탓하고만 있을 것인가.


아침에 눈을 뜨고 맞이하는 매일 매일이 

나에게 있어서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의 아침이라는 것에 감사하면서 

오늘도 나의 젊은 하루를 즐기며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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