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유감(임플란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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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57회 작성일 21-08-0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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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여 년 전 고등학교 동창생이 병원을 찾아왔다.

작은 어금니 하나가 깨졌는데 빼고 임플란트를 해달라고 했다.

검진을 해보니 치아가 깨져서 신경이 약간 노출되기는 했는데 뿌리도 멀쩡하고 흔들림도 없었기에 

신경치료를 하고 크라운을 씌우면 정상적인 치아처럼 쓸 수 있는 치아였다.

엑스레이를 보여주면서 진단결과를 설명해주니, 그래도 빼고 임플란트로 해달라고 한다.

치아보험을 들었는데 치료하고 씌우는 것은 보험에 해당이 안되고,

빼고 임플란트를 하면 보험이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한참을 임플란트와 자연치아의 장단점을 설명해주고, 지금 치아가 얼마나 쓸모 있는 치아이며 

빼야할 이유가 하나도 없음을 설득해도 막무가내였다.

치과의사라면 치아를 살리고 보존해주는 것이 우선이기에, 

아무리 보험처리가 된다고 해도 그 정도 멀쩡한 치아를 빼고 임플란트를 심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내가 해줄 치료가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결국 그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정중히 돌려보냈다.


세월이 흘러 치아보험이 많아지고, 더구나 65세 이상이면 임플란트가 국가보험이 되어 개인 부담금이 적어지게 되었다.


얼마 전에 70대 환자가 내원하셨다.

위 송곳니 하나에 절반정도 충치가 생겼는데 모양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빼고 임플란트를 하기를 원하셨다. 

세심하게 진단을 한 뒤에 치아의 상태와 치료 방법을 설명드렸다.

‘송곳니라서 뿌리도 매우 길고 튼튼하고 잇몸 위에 남은 치아의 양도 충분하다.’

‘신경치료를 하고 치아에 기둥을 세워서 크라운을 하면 모양도 개선되고 

아주 오래 쓸 수 있는 치아이기에 뺄 이유가 없다’며 설득하다시피 말씀드렸다.

환자는 충분히 이해를 하시고 다음에 오셔서 신경치료를 하기로 예약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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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치료를 시작하기로 예약한 날 결국은 그 치아를 빼야만 했다.

‘치아를 살려서 쓰게 해주시려는 원장님의 말씀은 충분히 이해를 했고 감사하지만, 

그래도 빼고 임플란트를 하면 국가 보험이 되기 때문에 비용이 얼마 되지 않으니까 

원장님께는 죄송하지만 이를 빼달라’는 것이 정중한 환자의 설명이었고, 

결국 나는 멀쩡한(?) 치아를 빼야만 하는 쓰라린 마음을 다스리며 환자의 경제적인 선택에 승복해야만 했다.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아주 많은 사항이 있다.

전체적인 구강상태, 환자의 연령, 전신적인 건강상태나 병력 등등으로 인해 최선의 치료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선을 선택하기도 하고 때로는 최악의 상태만이라도 피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요즘은 치료계획을 수립할 때 중요한 고려사항 중의 하나가 바로 “보험”이 되었다.

보험으로 인해 살릴 수 있는 치아를 빼야 하고,

보험으로 인해 보존적인 방법보다는 공격적인 방법을 선택해야 하고,

보험으로 인해 최선의 치료방법을 뒤로하고 차선의 치료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보험으로 인해 좋은 혜택을 누리기도 하고, 큰 부담을 덜기도 하고, 마음 든든해할 수 있는 많은 장점을 누리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보험으로 인해 더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게 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임플란트가 반영구적인 수명을 가지고 있다는 과신으로 인해 쉽게 자연치아를 포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비슷한 비용이라면 치아를 치료해서 보존하기보다는 임플란트를 선택하는 것이 대세가 되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적인 고려사항으로 인해 최선의 치료계획을 포기하고 차선의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보수적인 치과의사로서의 안타까움이다.

게다가 치료해서 얼마든지 오래 쓸 수 있는 치아를 포기하고 임플란트의 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차선의 선택을 해야만 하는 환자를 대할 때마다 더 크게 느껴지는 안타까운 마음이, 

이제는 포기해야 할 사치스러움이 되어버렸다.


(이 글을 통해 자칫 임플란트는 좋지 않다는 오해가 생길 것 같아 첨언한다. 

임플란트는 치아를 대체하기에 충분하고도 훌륭한 치료방법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의 오랜 임상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자연치아는 아무리 임플란트가 발달되었어도 

임플란트가 가질 수 없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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