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치료-얻는 것과 잃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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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28회 작성일 21-08-0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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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재료가 발달되고 시술 방법이 개발되면서 아름답게 만드는 기술이 달라져 왔고,

아름다움의 기준도 세월에 따라 달라지고 예뻐지고자 하는 사람들의 요구도 변해간다.

 

앞니 사이가 벌어져 있으면 복이 새나간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아주 오래 전에는 앞니 사이에 금테두리를 해서 벌어진 틈을 막기도 하고,

일부러 치아 주변에 금테두리를 씌워서 웃을 때 번쩍거리면서 보이는 것을 자랑하던 시절도 있었다.

앞니의 배열이 고르지 못해서 교정을 하거나, 세라믹같은 재료로 씌워서 형태를 수정하기도 하고, 

더 하얀 치아를 원하여 치아미백 시술을 받기도 한다.

형태와 치아색을 원하는 만큼 더 밝고 심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표면을 소량 삭제해서

라미네이트나 루미네이트로 치아를 하얗게, 그리고 치열을 고르게 보이게도 한다.

 

TV나 영화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치아를 보면 치과의사의 눈으로 봐도 했는지 안했는지 잘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심미보철치료를 받은 사람들도 많지만, 

때로는 과하다 싶게 치아를 하얗게 만들고 모양도 피아노 건반처럼 부자연스럽게 고친 사람들도 많다. 

그러한 부자연스러움조차 모방의 대상이 되어 유행을 타고 치과를 찾는 사람들이 그런 모양을 요구하던 때도 있었고, 

물론 지금도 그러한 치료가 심심치 않게 행해지기도 한다.

 

여의도에서 오랫동안 치과를 운영할 때, 지금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는 많은 방송인들을 치료했었다. 

치과질환으로 인해 치료를 받고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은 분들이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또 많은 분들은 심미적인 개선을 위해 치과시술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심미치료를 받기 원해 내원한 환자를 돌려보내야 했던 일도 종종 있었다.

매니저나 PD와 함께 내원했던 어리거나 젊은 연예인 지망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내 눈으로 보기에는 치아의 모양이나 배열, 그리고 치아색도 나무랄 부분이 없이 좋은데,

때로는 윗니 열 개, 혹은 위아래로 열 개 이상의 치아를 보이는 부분은 모두 씌워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피아노 건반같이 넓적한 모양으로 가능하면 하얗게, 

심지어는 불투명한 흰색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 그분들의 요구였다.

 

심미치료를 받았는지조차 모를 정도의 자연스러운 모양으로 개선을 원하는 환자는 

적극적으로 심미치료를 진행하면서 만족스러워했지만, 

오로지 방송의 화면을 위한, 그리고 유행을 위한 이상한 모양과 색조를 요구하는 경우는 

정중히 치료를 거부하고 돌려보내곤 했다.

 

치과의사의 치료는 오랜 세월 동안 환자의 구강 내에 보존되어 흔적으로 남는다.

내가 치료하면서 누군가의 입에 들어간 보철물은 언젠가는 다른 이들에 의해 

평가를 받을 수 있음을 늘 염두에 두고 그 작품에 최선을 다한다.

내가 시술한 보철물을 오랜 세월이 지난 어느 날 다시 보며 스스로 감탄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몇 년 되지도 않아서 탈이 난 보철물을 대하며 실망하고 자책하기도 한다.

시술할 때는 좋아보였는데 몇 달이 지나 다시 보니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눈에 띌 때, 

괜찮다는 환자의 양해를 구하고 시술을 다시 해드리는 경우가 가끔 생기기도 했다. 

당연히 환자의 마음에 들어야 하지만, 내 마음에도 들어야 하는 것이 작품을 만드는 나의 고집이기도 했다.

 

그만큼 치과의사는 자신이 치료한 결과가 환자의 구강에 남아있기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든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치료를 해야 하는 

무섭기도 하고 무겁기도 한 책임감을 짊어지고 가야 하는 어려운 직업이기도 하다.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섬세한 손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치아를 섬세하게 잘 깎고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있지만 

치아를 가능하면 깎지 않고 빼지 않고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치료를 먼저 궁리한다.

한 번 손을 대서 치질을 삭제하면 아무리 내가 잘 만들어도 원상 회복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자연치아를 보존하면 평생을 쓸 수 있는 치아를 한 번 손을 대면 언젠가는 탈이 나고, 

다시 치료하면서 점점 더 손상되어가는 과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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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니 사이가 벌어져 있는 경우에도 치아를 깎아내고 씌우면 좀 더 모양이 좋아질 수는 있고, 

붙여서 모양을 만드는 레진보다는 변색 없이 더 오래 쓸 수는 있겠지만, 

오년 후, 혹은 십년 이후가 되면 결과는 달라진다. 

변색되고 탈색되어가는 레진은 뜯어내면 원래 치아는 처음 상태 그대로 유지되지만, 

씌운 치아는 탈이 나서 제거하면 이미 많이 손상이 되어 

치료가 어려워지거나 결국은 빼야 하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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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을 문의하거나 심미치료를 상담하는 환자를 검진할 때 

심미적으로나 기능적으로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에 자주 환자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이 정도는 매력 포인트라 생각하고, 가능하면 건드리지 말고 치아를 보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치아를 삭제하여 아름다운 모양을 만들어줄 수 있는 심미적인 치료를 적극적으로 행하는 것이 

특히나 보철을 전공한 치과의사로서 즐겨해야 할 일인데, 

나는 여전히 치아를 삭제하기를 조심스러워하면서 가능하면 보존적인 치료 방법을 모색하고 치료하는 

보수적이고 소심한 치과의사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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